저는 사람의 복잡함과 취약성을 기꺼이 환대하며, 그 안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찾는 상담사입니다.
저는 세상을 허투루 낙관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삶이 더 나아진다느니, 누구나 노력하면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다느니 하는 말들을 쉽게 믿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당연한 듯 이야기하는 낙관론을 마주할 때마다 그 이야기에서 빠진 사람들은 누구인지, 누가 더 많은 책임과 비용을 감당하고 있는지, 긍정성과 노력 같은 그럴싸한 말 뒤에 가려져 있는 것이 무엇인지 헤아리곤 합니다.
저는 사람과 삶이 달라질 가능성을 쉽게 포기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세상이 저절로 좋아질 것이라 믿지는 않지만, 자신이 겪은 일을 더 정확히 이해하고 자기 언어로 말할 수 있게 될 때 삶은 분명 달라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과 희망을 버리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회가 기대하는 모습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주변부로 밀려나버린 현실을 줄곧 감내해온 경험은 다른 사람들의 상처와 취약함을 쉽게 판단하지 않는 태도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일부가 환영받지 못한다고 느끼며 살아온 시간이 마음에 남기는 깊은 상흔은 저에게 낯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지나온 시간만으로 타인의 아픔을 온전히 헤아릴 수 있다고 믿지는 않습니다. 다만, 오랜 망설임 끝에야 비로소 말할 수 있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내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서둘러 설명하거나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저는 번듯하게 정리된 성공담보다 한 사람의 진솔한 마음이 담긴 경험담을 더 좋아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하나의 이야기로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으며, 때로는 서로 모순되는 감정과 욕구가 동시에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러한 복잡함과 취약성을 숨겨야 할 결함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불완전함과 모순을 안전하게 드러낼 수 있을 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진정한 만남이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완벽한 답을 가진 전문가의 위치에서 내담자를 바라보기보다, 한 인간으로서 끊임없이 배우고 성찰하는 자세로 내담자를 만나고자 합니다.
내리는 비를 멈출 수는 없어도, 함께 맞아줄 수는 있다.
저는 상담이 삶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미 일어난 일을 없던 것으로 만들 수도 없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거나 불공정한 현실을 개인의 힘만으로 바로잡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아무리 애써도 비가 그치지 않는 시간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현실을 섣부른 위로나 듣기 좋은 말로 덮어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비를 멈출 수 없다는 것과 그 비를 혼자 맞아야 한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상담에서는 그동안 혼자 감당해온 마음 곁에 함께 머뭅니다. 아팠던 일은 아팠다고, 부당했던 일은 부당했다고 말할 수 있게끔 하고, 아직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감정도 서둘러 결론짓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 다룹니다.
함께 비를 맞는다는 것은 그저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데에 그치지 않습니다. 상담에서는 지금 내리는 비가 어디서 왔는지, 그동안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버텨왔는지를 같이 살핍니다. 동시에 잠시 몸을 피할 곳은 있는지, 무엇이 지금의 나를 지탱해주고 있는지,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걸어갈지를 헤아립니다.
제가 지향하는 상담은 비가 내리지 않는 삶을 약속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비가 내리는 동안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경험하고, 자신을 잃지 않은 채 그 시간을 건너며, 언젠가는 스스로 가고 싶은 방향을 선택할 힘을 되찾도록 돕는 일에 가깝습니다.
상담에서는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뿐 아니라 그 안에서 반복되는 관계의 방식과 쉽게 말로 꺼내지 못했던 마음도 함께 살피게 됩니다. 이를테면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으면서도 막상 상대가 다가오면 물러나는 마음, 인정받고 싶으면서도 자신의 필요는 좀처럼 말하지 못하는 마음이 그렇습니다. 질투와 열등감, 분노, 외로움처럼 스스로 인정하기 어려운 감정 또한 상담에서 다루게 되는 주제입니다. 이러한 마음이 어떤 경험과 관계 속에서 생겨났고, 지금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톺아보는 것이 도움됩니다.